아주 오래 전에는 TV에서 하는 영화를 꼭 챙겨보곤 했었다.
주말마다 MBC 주말의 명화를 볼까 아니면 KBS 명화극장을 볼까를 고민할 정도였지만
인터넷의 발전 이후 주말의 명화는 심야시간대로 후퇴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에서 벗어나지게 되었다.
오늘 K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어글리 멜라니란 영화를 등 너머로 흘끔흘끔 감상하던 중..
정말 인상깊은 장면이 나왔다.
여주인공 멜라니가 일하던 가게에서는 평소 멜라니의 외모때문에 많은 차별을 해왔던 것 같다.
급기야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해고까지 하려고 하는데..
결국 화가 난 멜라니는 마침 가게를 찾아온 노동부 관계자에게 그간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해 낱낱히
고하게 되고 노동부 관계자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가게주인을 노려보며 동시에 강력한 구두 경고로
시정할 것을 고용주에게 "명령"한다.
이 영화의 장면은 우리네 현실과 상당히 비슷한 점을 보이면서 동시에 완전 별천지 세상처럼 보이게도 한다.
가게 주인이 멜라니에게 이야기하던..
"노동자의 권리보다 위에 있는 것은 고용주의 권리"라는 황당무계한 논리는..
사실 그다지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생각이라 익숙하기 까지 하다.
심지어는 우리 노동자들 스스로도 이런 주장에 무감각하여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억울하다고 고칠 생각 말고 다른 좋은 데를 찾아가는 게 당연하다는 이 땅의 많은 머리들은
생각하고 있다.(불과 몇 년전 처우개선과 해고 철회를 주장했던 홈에버 사건 때만해도 여론은
시위대에게 일방적인 비난을 퍼부어댔었다.)
그러나..프랑스 영화 어글리 멜라니에서 폭로 이후 보여진 양상..
고용주에게 전해지는 짧지만 강력한 노동부 관계자의 경고...
"앞으로 계속 유의주시할 것이며 이것은 마지막 경고입니다. 가게폐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구속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프랑스 사회의 노동권리에 대한 보편적 시각이라고 하면 너무 일반화를 시켜버린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여왔던 현실은
"뒷짐" 또는 잘해봐야 "시정권고"정도 였다.
시정권고는 권고일 뿐이였고 기업이 지키지 않아도 더이상 일선 현장에서 계도할 수단이나 강제사항조차도
없었다.
더우기..영화에서 가게 주인은 그저 경고로만 끝나고 넘어간 사안이 너무 감사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살살(?) 폭로해주었던 멜라니에게 고맙다며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조까지 한다.
우리는..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에겐 경찰력과 용역깡패를 투입하였고
내부고발자에겐 철저한 응징을 가해오고 있다.
노동자가 침해당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
고용자는 노동법을 위반하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을 져야하는 일인지를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사회..
(동시에 큰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법률이 마련되어 있는 사회..)
이런 사회가 우리 나라가 되면 정년 안되는 것일까..
그렇게 되묻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 장면이었다.
어글리 멜라니..
2009. 10. 31.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