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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ck : 끼어들게 하다, 옴쭉 못하게 하다 .

한 남자가 있다. 직장에선 쫓겨난지 오래고 집세도 밀릴대로 밀려 집주인이 방심한 틈을 타 도망쳐나왔다.
믿었던 직업소개소에서는 별 소득도 없고 한 밤중 문 닫힌 공원에서 눈이라도 붙여볼까하니
경찰은 막무가내로 쫒아내기만 하고 밤거리를 걷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가해자 자동차
앞유리에 들이꽂혀진 상태로 옴싹달싹 못하는데..설상가상으로 이 가해자는 아무리 애원해도 병원에
데려다주기는 커녕 어서 죽어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실로 재수가 없어도 보통 없는 게 아닌 사람이다.

한 여자가 있다. 매일같이 노인요양소에서 하루종일 오물을 치우며 주말에도 쉴 틈없이 하루하루가
고된 나날의 연속이지만 그 결실인 승진이 눈앞에까지 다가왔기에 내일 특근이 잡혀있어도 술한잔 해야
겠다. 약간의 마약과 술에 취한 상태이지만 곧 먹을 거리를 사들고 집에 올 남친과의 뜨거운 밤을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아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는데..아뿔싸..사람을 치고 말았다.
음주운전에 마약..거기에 사람까지 친 사고가 알려지면 승진은 커녕 직장생활도 위태로워질 것 같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남자가 죽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녕 영화의 제목은 당하기만하고 옴짤달싹 못하는 남자주인공을 나타내는 것인가..

남자는 차 앞유리에 꽂힌 채로 옴짝달싹 못하고..
여자는 현실에 얽메여 사건 처리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남자의 집주인은 세입자들이 언제 밀린 집세를 안내고 도망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얽매여 있고
직업소개소 직원들은 양식과 절차라는 규범에 얽매여 있다.
거리의 부랑자와 경찰들의 서로를 의심의 대상으로 여기며 얽매여 있고
여자의 남자친구는 자신의 마약판매범죄가 언제 여자친구를 통해 경찰에 알려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차고에 부상당한 남자를 발견한 이웃집 사람들도 불법체류사실이 들통날까봐 이걸 어디 알리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영화 뿐 아니라 현실 속의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어느 한가지 이상에 얽매여 있다.
당연히 해서는 안되는 일이거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임에도 그것을 쉽사리 거부하거나 혹은 시행하지 못한다.
아주 당연한 일일 수록 그것을 시행하는데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다.

영화 속 여자의 행동이나 사회 구성원들의 무관심을 그저 관객의 입장에서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함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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