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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사뭇 다르다.
그게 원작에서 나타나던 등장인물의 성향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피비린내나는 도시탄생의 근간을 파헤치는 기본 설정에서 영화와 원작은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이 원작을 빛나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코드이기에 그런 메세지 자체를 파괴해버린다면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전설이다"를 봐도 그것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신 영화는 "살인자 마호가니"의 모습에서 원작에 조금이나마 부여되어있던 인간의 감정 그 자체를
지워버림으로서 한치의 의심이나 망설임없이 도시의 근원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너무나 매력적인 "도살자 마호가니"를 재탄생 시켜내었다.

화려한 도시 밑에 추악하게 연명을 해나가는 도시의 근원들은 분명 세상의 상식과 정의를 깡그리 파괴시켜버리는 존재들이다.
(비록 그들이 이 화려한 도시의 초석이 된 유구한 역사를 가졌든 어쨋든..사실 그 창립의 역사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유추해 볼 땐 그리 깨끗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백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이 땅에 원래부터 터를 잡고 순수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은 누구였는가..)

그런 그들을 위해 먹을 것을 가져다바치는 행위는 단순한 미치광이 추종자들의 몫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최고위층 권력가들의 입김까지 닿아있는 절대적인 기득권자들의 판단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행위들이다. 단지 일반 서민들만이 그 사실을 모를 뿐..

그런데..왜 하필 "인육"인가..
고기가 필요하다면 세상의 모든 포유동물,물고기 등 더 손쉽고 대량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존재가 많음에도 왜 하필 가장 존중되어야할 인간의 생명을 뺏어 암흑 속 작업을 통해 그들에게 바쳐야만 하는가이다.
그리고 그 작업자들에게 또한 "왜"라는 물음따위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이것은 영화 속에서 공포를 극대화하기위한 단편적인 장치일지는 몰라도
그 속에는 거대한 악이 지배하는 부조리 덩어리인 현실사회에 대한 처절한 비판이 들어있다.
도시의 근원을 지켜나간다는 명목하에 훨씬 더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을 제쳐두고서 오로지
가장 힘없는 시민들의 인육을 바치고 그런 현실에 체념하고 순응하길 바라는 관련자(또 스스로들도
그것의 방법이 왜 잘못되었는가를 모르는..)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사회도 엄청나게 부조리한 시스템을 유지시켜나간다는 명목하에 가장 좋은 방법을 모색해보기 보다는
그저 권력과 동떨어진 일반 시민들을 짓밟고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 않는가..

덧:영화를 먼저보고 소설을 나중에 읽힌 케이스인데..원작이 생각외로 짧다는 사실에 놀랐고..이걸 이만큼 욕심내지않고 깔끔하게 만들어낸 감독의 재량도 인정(사실 버수스 감독이라길래 좀 의구심을 가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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