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30살의 조인영..계란 한 판의 나이로 이제 어엿한 성인으로 불리우는 나이가 된 시점에 첫사랑과 이름이 같고 얼굴마저 꼭 닮은(다고 생각하는)17살의 이석에게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같이 동거하는 또래의 남자에게 서슴없이 그 아이와 자고싶다고 말하는 그녀..흔히들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일컫는 첫사랑의 추억이 현재의 그녀를 서서히 지배해 나가죠..
그리고 마치 조인영의 과거의 시점과 현재의 시점이 교차편집되어 아련한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관객들이 착각(?)할 때 쯤..그것이 사실은 이석을 사랑하는 현실의 다른 17살의 조인영이라는 것에서 부터 갈등이 시작됩니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이미 어른이 된 30살의 조인영은 17살의 이석에게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아이와 같은 감정을 내비칩니다..전화를 붙잡고 끊지말라고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기 위해 먼길 마다 않고 달려오는 현재 17살의 어린 조인영의 사랑방식과도 비슷해보입니다.
30살의 인영은 17살의 이석을 첫사랑과 똑같이 닮았다고 생각하고 17살의 인영은 쌍둥이 동생인 이석을 자신이 좋아했던 죽은 형 이수와 동일시하고 이석 역시 자신이 아닌 형을 사랑한다 생각하는 인영과 같은 이름을 가진 30살의 인영을 따릅니다..결국 스스로들의 기억의 한 끝자락을 붙잡고서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이루고자 몸부림치는..
이제 30살의 인영에게 진짜 첫사랑이었던 이석이 나타났을 때 그녀는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너무 다른 첫사랑의 모습에서 어색함을 느낍니다. 막상 현재의 17살 이석도 전혀 그와 닮지 않았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지만 그래도 그녀는 계속 이석에게서 설레임을 느낍니다. 그것은 사실 자신이 17살의 이석에게서 받았던 설레임의 감정이 단순히 첫사랑과 닮았다는 생각하는 추억에 의해서가 아닌 그 때 그당시 마음이 흔들렸던 무언가와의 동질감을 느껴서였음을 알아차려서 일 것입니다. 그리고 때마침 새로운 사랑니가 돋아나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과거의 남자 이석과 그 추억의 연장선인 새로운 이석..그리고 인영의 현실의 남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던날,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이 어색한 그들이 서서히 교감을 쌓아갑니다. 게임을 통해서..추억의 교과서를 통해서..그녀가 사랑니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때 마다 동시에 멈추어 그녀를 살피는 모습은 참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웃습니다. 확실하게 셋 중 어느 한쪽과 마무리 되는 것이 없는 결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괜찮네요..그게 또 감독이 첫사랑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전 개인적으로 이영화가 김정은이란 배우를 정말 제대로 된 배우로 활약할 수 있게한 유일한 영화라 생각이 듭니다.그간의 코미디나 왈가닥 배우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진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비록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나머지 앞으로 이런 케이스의 연기는 잘 안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파리의 연인"은 대성공..사랑니는 실패라..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