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0여년 전에는 국가..아니 대통령께서 시키시는 일이라면 무조건 해야되던 시절이었고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부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국가권력이 직접 개입하여 관리를 해야함이 마땅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못 먹고 못 살았기에 젊은 너희들은 그 당시가 어땟을지 모른다고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던 그 시절은 그 어떠한 정책이라도 결과를 위해서라면 예산걱정하지말고 밀어부쳐버리라는 국가원수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않으면 안되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것이 설령 거짓으로 이루어진 위태로운 결과일지언정..

군사쿠데타로 인한 정권창출의 정당성이 없었던 박통정권에 있어서 경제성장률이란 목표는 반공빨갱이 색출 다음으로 가장 중요시 되던 정책이었음에도 그 경제성장률이란 수치적 평균을 깎아먹는 출산율 전국 1위인 용두리가 성에 차지 않음에 급기야 평화롭던 그곳에 밤일을 관리하겠다고 나선 국가공식 가족계획요원 박현주가 등장하게 됩니다.

군사독재의 정책과 전통봉건적마을에서의 가치관의 충돌 사이에서 열심히 가족계획의 필요성에 대해 고군분투하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그녀는 마을의 한 소작농 변석규를 이장으로까지 추대시켜보지만 별 효과는 없어보입니다.
사실 진정으로 용두리 마을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아가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애를 낳고 안낳고의 문제보다도 마을 전체에 고착화 되어있는 봉건지주와 소작농간의 빚으로 땅을 구하고 품삯으로 빚을 갚아야만 하는 뒤틀려버린 모순적 지배구조의 개선입니다만...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논몇마지기 떼며 지주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란 일개 소작농의 신분으로는 평생을 일한다해도 불가능한 것이고 그런 그들에겐 최소한의 교육혜택보다도 하루벌어 하루먹기 바쁜 일상이 후손에게까지 악습되는 결과를 낳을 뿐이지만 위대하신 대통령각하님께는 그런 현실은 그저 남들도 다 그렇고 그런 듣기 거북한 변명으로 들릴 뿐입니다.

결국 1년간 출산률 0%를 달성해보임을 담보로 용두리 소작농민들의 빚은 모두 탕감해주었다고는 하지만 그저 갚아야할 빚의 대상이 지주에서 국가로 넘어간 것일 뿐 결과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제 용두리주민들은 그 국가적 정책사안에 대해 목숨을 걸지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봉건지주의 지배권력에 반대한 결과 작은 땅이나마 일궈가며 살아갈 수 있었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빼앗길 수도 있는 하층계급의 입장에서 뜬금없이 등에 업혀진 권력의 책임감 탓에 호언장담한 출산률 0%를 달성하지 못했을 시 돌아올 국가권력의 압박이 무엇보다도 두려웠을테니까요..

잘살아보자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 국가가 시키는 일에 국민된 마음가짐으로 열과 성을 다했던 그들이지만 과연 그것이 그들에게 진짜 행복을 가져다 주게 되었을까요..
잘살아보세로 시작한 밀어부치기식 경제개발정책이 진정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는가..단순히 대외적인 부를 키워내는 것에는 성공하였을지라도 현재에 와서 그 개발지상주의가 불러온 모든 사회적 모순과 IMF사태를 떠안고 있는 것은 용두리 마을의 일반 주민들처럼 대한민국의 일반시민계급들일 뿐입니다..

시대가 지나서 이젠 과거가 되었던 일을 아무리 즐거운 코미디로 엮어보려하지만 아직까지 진정 그때 그시절이 마냥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과거가 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에 박정권과 봉건지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인상은 그리 편하게 다가오지만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뭐..추석특별"가족"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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