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롱 속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물건들을 뒤지다 보면 가끔씩 예전 앨범을 꺼내서 펼쳐보게 된다.
요즘처럼 디지털카메라가 흔한 시절이 아닌지라 그 때 당시의 사진들은 대부분이 어떤 "특별한 날"에 찍은 것이 대부분이다.
소풍 날..생일 날..가족끼리 야외 나들이..아람단(보이스카웃이셨던 분들도 있겠군요..)..학창시절의 수학 여행..
그런데 나의 어머니께서는 무슨 악취미(?)가 있으셨는지는 몰라도 아주 어릴 적에 나를 혼내킴하셔놓고서 훌쩍대고 있는 내 사진을 몇 장 씩 찍어 놓으셨더라..이런 가녀린 미소년(!)에게 이토록 가혹한 행위를 하셨다니!!
근데 당췌 무슨 이유로 내가 저렇게 서럽게 울고 있었을까..는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2. 제주도의 풍경 속에서 흰 니트면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진 속의 사람은 분명 내가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나를 몰라본 것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보이는 모습, 말라있는 손목이나 뽀송뽀송해 보이는 피부 때문이리라.. 희미하게 찍혀 있는 사진 속 날짜 표시는 벌써 이때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를 실감케 해주기 충분하다.
3.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친구들의 과거 모습을 다시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대학교 때 부터 인연이 닿은 녀석들도 1~2년 사이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참 많이 변했구나..라고 느끼는데 하물며 10년지기 녀석들은 어쩌겠는가..그 녀석도 10년 전엔 완전히 순진무구 그 자체였었군..
4. 추억을 더듬는 것이 꼭 즐거운 것 만은 아닌 것 같다.때로는 참 미안한 과거를 떠올리게도 해주니까.
그 사람은 그 때는 나에게 간이든 쓸개든 다 빼주다시피 베풀어 주었는데 건방지게도 난 그 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난 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아닌가..그 사람은 어학연수 시절 내가 걸었던 3분짜리 국제전화 한 통에 전화기 붙잡고 울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지..이제는 더 이상 하루에 수십 번 씩 눌러대던 휴대폰이나 집 전화번호 같은 것은 하나도 기억나질 않고 그저 어디선가 잘 살고 있기를 하고 기원해주는 것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전부가 되었다.
5. 사진 속에 뭔가 언밸런스한 책 한권이 있는 것은 애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