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지지않은 조선왕조의 어느시대..집안에 닥친 불의한 상황에 대해서도 사대부의 행실을 따라야한다며 지극히 온순하기만한, 그래서 겁장이 소리마저 듣던 당대 최고의 문필가인 양반 윤서가 빠져들게 된 것은 "음부"라는 음란하기 짝이 없는 한 단어이다.


이렇게 영화는 모든 것이 법도아래 묶여있던 한 사대부가,전혀 그에게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것에서부터 느끼는 컬쳐쇼크를 재치있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댓글,폐인,동영상등의 현재시대의 코드와 연결짓는 영화적 장치도 흥미롭다.
추월색이라는 필명으로 그가 표현해내고자하던 욕망이 자유롭게 나타날 수 있었던 것도 현재 아이디로 형성된 인터넷익명 시대와 매우 흡사해보인다.


음란이란 단어와 서생이라는 단어는 참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고귀한 얼굴에 고귀한 명성과 행동거지를 가진 서생에게서 그의 머릿 속에서 쏟아져나오는 얼굴화끈거리는 음란한 상상력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것이겠지만 사실 음란(淫亂)함은 남녀노소,계급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내재되어있는 욕망이다.


난잡한 소설의 후속작이 나오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민중들의 주 고객층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와는 다른 고귀한 마님들이나 일반여성들이 대부분이며 흑곡비사에 관련된 풍문을 정빈의 귀에 들어가기까지에도 여성들의 입이 주 통로가 된다.
윤서를 유혹하고 만남을 표현하는 쪽도 하늘같은 신분인 왕의 여자 정빈이고 난잡한 소설의 삽화를 그려보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도 피도 눈물도 없어보이는 잔혹한 의금부 도사관직을 가지고 있는 광헌이다.
물론 이같은 음란 센세이션을 퍼트린 당사자가 사대부양반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현재에는 그때 당시보다 수많은 음란함이, 소설을 베껴쓰던 필서가나 출판,배급 당담자가 없어도 100M의 초고속 망을 통해 무궁무진하게 생산되고 퍼져나가고 있다.


윤서가 여러 출판관계자들과 함께 의논하고 자세를 잡아봐가면서 자신이 표현해 내고 싶어 했던 것들이 이젠 아예 교과서 마냥 지침영상(?)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지만 꿈꾸는 것 같은 거, 꿈에서 본 것 같은 거, 꿈에서라도 맛보고 싶은 그것을 위해 삽화가까지 끌어들이고 급기야 갖은 옥고까지 치루면서도 그가 표현해 내고 싶어했던 "진맛"...


그 진맛을 요즘의 음란함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덧글: 김민정씨는 한복이 꽤 잘 어울리는 배우 중 한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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