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금요일이면서 날짜는 12일이었지요..만일 어제가 13일이었다면 사람들끼리 한 번 쯤은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니까 조심해야 겠군..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겁니다.
비록 서양에서 건너온 불길한 소리이긴 하지만 그만큼 13일의 금요일이란 것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보편화 되어있는 공포라는 뜻이겠지요..
예수님의 제자가 13명이었고 배신을 한 유다가 그 13번째 제자였다는 둥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이 또 금요일이었다는 둥 여러 낭설들을 제쳐두고서 왜 하필13이라는 숫자가 불행한지, 거기에 하고 많은 일주일 중에 하필 가장 놀기 좋은 금요일에 갖다 붙이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영화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에선 확실한 홍보효과를 내주는 날임에는 분명하지요..
그런데 실상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에선 딱히 13일의 금요일이라는 대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행여 젊은 처녀,총각들이 살해당하는 날이 13일의 금요일인가 생각해봐도 영화에선 날짜의 언급은 없지요..
그래도 이 13일의 금요일이란, 서양인들이 가장 터부시하고 무서워하는 제목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도 하고,할로윈의 마이클마이어스의 아류작일 뿐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하나의 굵직한 B급 슬래셔호러영화의 대명사 중 하나로 명성을 굳힐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13일의 금요일은 기본적인 8편의 시리즈와 확실한 종결편이라고 할 수 있는 라스트 프라이데이, 그리고 다소 오바한 기분이 많이 드는 제이슨 X까지 총 10편의 시리즈가 있지요 거기에 팬서비스 격인 제이슨 VS 프레디까지 시리즈로 넣는다면 11편이나 제작된 초 장수 시리즈입니다.
수많은 호러영화의 대스타들 중에서도 당당히 이름 석자를 내밀 수 있는 희대의 절대 살인마 제이슨..
제이슨 하면 당연히 하키마스크가 떠오르지요..
제이슨 하면 하키마스크 하키마스크 하면 제이슨이지만 본격적으로 하키마스크가 등장한 것은 시리즈 3편에서 어느 남자를 죽이고 얻은 것이지 1편에서 제이슨은 등장하지도 않았고(마지막에 잠깐..) 2편에서는 왠 빵봉투에 눈구멍만 뚫고서 돌아다녔었더랬죠..(크윽..)
그가 하키마스크로 물 속에서 썩어 문드러진 얼굴을 감추고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알 수 없이 젊은 남녀들을 수렵용 칼로 두부 썰 듯이 손쉽게 썰어버리는 장면들은 완전 터미네이터와 동급..아니 그 이상으로 보이기도 하죠..
뭐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살인마들 처럼 살인에 있어서 이것저것 계략이나 술수를 부린다든지 어두운 곳에서 숨어있다가 덜컥 어찌한다든지 하는 게 아니라 백주대낮이건 여러 사람이 모여있든지 아주 당당하게 육탄돌격을 해버리는 괴력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겐 전직 헤비급 프로복서도 한 방에 뻗어버릴 정도니까요..한마디로 "눈 돌아간 녀석"입니다.
실제 생활을 할 때도 자신이 아무리 온갖 무술의 유단자라고 해도 눈 돌아간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명심하세요..
아무튼 이렇게 무시무시한 괴력의 제이슨도 사실 알고보면 참 불쌍한 녀석이죠.
어린나이에 물에 빠져 죽은 것도 젊은이들이 그저 쾌락에 몸을 던져 무관심으로 일변했기 때문이고 그에 대한 어머니의 분노가 그대로 그에게 전수된 케이스인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 척살당하는 대상 중 최우선 순위는 으슥한 곳에서 열심히 열심히 본능에 충실하는 커플들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는 주인공은 다들 동정녀들이지요..
아마도 살아남는 "남자"는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우잉~T_T)
13일의 금요일은 국내에서도 전시리즈가 비디오로 수입되긴 했지만 대부분이 자체 심의에 의한 편집으로 많은 가위질을 당한 상태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으론 유일하게 오리지널 1편만큼은 가위질 없이 그대로 심의통과된 버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라스트씬에서 살인범 제이슨의 어머니의 목이 날라가는 장면이 여과없이 그대로 담겨져있지요. 탁상아저씨들이 아마 대충 보고 넘겼었나 봅니다. 당연히 호러팬들에게는 기쁜 일이긴 하지만요..
시리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는 아무래도 7편입니다.
전 시리즈 중에서 감히 제이슨에게 대적하는 인간이라곤 없었고 마지막 생존자들도 어찌어찌 겨우겨우 목숨을 모면하는 정도였는데 이런 먼치킨 캐릭터인 제이슨이 염동력을 가진 여주인공에게 아주 호되게 당하는 장면을 영화 시간 내내 감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시리즈이기 때문이지요. 거의 1미터 이내에 접근도 못하고 전봇대에 깔리고 전기에 감전되고 아주 난리도 아니죠^^
덧붙여 가장 쓸데없는 시리즈는 "제이슨 X" 겠지요..우주로 나간 제이슨이라니..
개인적으로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 타락한 젊은 커플들을 벌하러(?) 크리스탈 호수에서 기어나오는 제이슨을 또 다른 시리즈에서 만나봤으면 하는 조그만 소망이 있습니다.
분명 그는 커플지옥!솔로천국!을 몸소 실천해 주는 장본인이니까요..^.^
덧글 1 : 스크림에서 13일의 금요일의 살인자가 누구냐고 물은 질문에 "제이슨"이라고 답하자 틀렸다고 했지만 사실 제이슨 엄마라고 했어도 아마 틀렸다고 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답은 둘 다 맞는 거지만 채점은 자기 맘이었을 테니까요.버르장머리가 없는 녀석이니까요.
덧글 2 : 지금와서 고백하는 거지만 어릴 적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를 빠지지 않고 찾아 본 이유 중 하나는 꽤나 "야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핏빛 슬래셔와 살색 에로스를 잘 조합시킨 영화죠..뭐..제가 뭐 그다지 밝힌다는 것은 아니고..뭐..그냥..그렇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