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작품이면 제가 태어나기 전에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았을 정도로 먼 과거의 영화입니다.
그렇다보니 현재의 기준에서 본다면 솔직히 이 영화는 "공포영화"는 아니지요..
아무리 공포물이라고하면 넌더리를 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하품 길~~게 내뿜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공포라는 분위기를 느끼기에 그당시 특수효과라든지 여러 영상적 기교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다 뿐이지요
(무덤이 정확히 반으로 쪼개진다든지, 오호호호호호호호~~하면서 울리는 웃음소리는 고전 호러의 단골 연출기법이죠^^)
영화자체가 영 재미없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철저하게 사리사욕을 위해서 악행을 일삼던 인물들의 권선징악적 스토리는 개인적으로는 꽤나 좋아라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고보니 요즘은 딱히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추세입니다만 악역이 오히려 멋져보이기도 하고 그 악행에 나름의 정당성이 부여되다보니 딱해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예전엔 선과 악이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었죠..악한 편은 뭘 해도 무조건 나쁜 놈이고 선한 쪽은 뭘해도 순박하게 당하기만 할 뿐 이었죠..
이 영화에서 철저하게 고립되어 고통만 받는 한 많은 여인의 중심에는 남성권위주의적 사상관과의 충돌이 있습니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고 남성으로 부터 소외되면 가정에서, 사회에서 결국 삶에서 까지 버림받을 수 밖에 없었던 나약한 여성의 한을 나타내고 있지요.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나무 붙잡고 우는 정도지요..근데 왜 옛날 분들은 꼭 저고리자락으로 입을 막으며 달려나가 나무를 붙잡고 울까요..울다가 하늘 한번 바라보고 다시 한 번 반대편으로 고개 한 번 세차게 꺾어주는 센스도 필요하죠..)
한국 근대 공포영화의 초석이 되었다고 들 평하는 이 영화 이후로도 70년대부터 80년대 한국 공포영화의 쇠퇴가 오기까지 수많은 작품이 제작되었지만 거의 대부분이 이 월하의 공동묘지에서 모티브가 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요..
그만큼 한의 정서를 기반으로 머리를 산발하고 하얀 소복을 입은 여성귀신이 한국 공포의 대명사가 되게 해 준 의미있는 작품이란 말이겠지요..
재밌는 것은 이 영화도 그렇지만 상처받고 억울한 인생을 한을 품으며 마치는 나약한 여성의 적은 또 다른 여성들입니다.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는 여성상이나 치정에 얽힌 질투 관계 등등 대부분의 고전 국산 호러 영화에서는 남성은 그다지 큰 역할을 한다기보단 사태에 기본만 다져주고 이후론 방관 혹은 무능력으로 일관할 뿐 실제 악의 근원은 모두 여성이지요..
그래서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 실감나기도 하지만 뭐 이렇게 되는 것에는 결국 남성권위주의적 사상관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덧글 1 : 그래도 이 영화를 아주 어릴 적 티비에서 방영 해 줄 때 본 기억은 정말 무서워 밤에 화장실을 못 갈 정도였습니다.^^
덧글 2 : 공포분위기를 위한 장치라고는 하지만 국산 귀신에 송곳니는 너무 안 어울립니다. 여곡성은..뭐..워낙 악귀다 보니 그렇다고는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