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새삼스레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낄 때가 종종 많아지는 걸 보니 확실히
서른이라는 나이는 많은 걸 함축하는 것 같다.
20대가 꺾였다고 내 청춘은 다 지났다고 농던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30대가 꺾이기 일보직전인 나이니 세월 참 빠르다.
누구에게나 유년이나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겠지만..
내 경우엔 B급 호러무비와 비디오 게임일 것이다.
물론 평범(?)하게 건전(?)한 일상을 자라온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80년대는 B급 호러무비들의 전성기였고 90년대는 바야흐로 비디오게임의 전성시대였으니까
4차원 소리를 듣고 자라온 나에겐 누군가들의 바닷가 헌팅추억만큼이나 게임과 호러무비에 대한 추억이 많다.
지금이야 토렌토든 스팀이든 오리진이든..불법이든 정품이든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모든 문화 컨텐츠를 구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직접 서울을 올라가지 않는 이상 지방 소도시에서 제대로 된 게임을 구할 수는 없었다.
겁 없이 선입금 통신판매라는 방식으로 명절날 받은 꼬깃돈 모아 부치고 약 일주일 정도 내에 등기소포로 게임팩을
좀 더 나이가 들어서는 시디를 사서 해볼 수 있었다.
일본어라고는 아아아아아 밖에 모르던 상태에서 몇 년이 지나 히라가나 카타가나를 깨우친 후에야 겨우
등장인물 이름 정도 읽어댔어도 공략집 눈 빠져라 들춰가면서 밤을 세가며 게임에 몰두했었다.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제대할 때 쯤 되니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눈부시게 이루어지면서 과거 수십만원의 거금을 들여야 해볼 수 있었던
각종 고전 게임들이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애뮬레이터"란 이름 하에 모니터상에서
구현되는 날이 도래해왔다.
(물론 그전부터 애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MSX부터 도스..Mame 및 웬만한 16BIT 롬카트리지 방식 게임기 정도는
그전부터 구현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그냥 아..이게 되는구나 정도였던 것에서 다시금 추억돋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든데..
바로.."한글화"이다.
요즘은 워낙 게임들이 정식발매도 잘되고 한글화도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 잘 공감이 갈런지 모르겠지만..
이 한글화라는 것은 그야말로 그당시 나에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영화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번역자막이 없으면 볼 수가 없지만 게임은 비록 언어장벽이 있더라도 해왔고 하는 편이었지만,
최근엔 좋은 평을 듣는 게임이라도 한글이 아니면 선뜻 손이 안가고 반대로 별로 평이 좋지않더라도 한글화가 된 것은 관심이 가는 편이다.
워낙 유저층이 두터웠던 루카스아츠 어드벤처 게임이야 의기투합된 팀에 의해 한글화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메가드라이브와 새턴의 고전 명작이 한명의 아마추어분에 의해 한글화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뭐라 평을 하지 못할 정도의 희열이 몰려왔달까..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몰려온다.
-MD고전 명작 샤이닝 포스 한글화(내가 처음 접한 일본식 RPG)
-SS 최후이자 최고의 명작 RPG 그란디아 한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