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다아빠 2011. 12. 26. 15:55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고로 법정극이라하면 한 사건을 두고서 검사와 변호사 간 각자의 증거와 증인을 통해
치열한 "논리적 진실 공방"담아내는 극화이기에
그 어떤 영화보다 극 전개의 긴장감을 잘 살릴 수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지만

혹자의 평대로 우리나라의 어두운 군사독재시절의 재판 특성 탓인지
국내에서는 "논리적 진실공방"이 절묘하게 서술되는 법정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니, 그냥 법정극화 자체가 드물었다는 게 더 옳을 것입니다.

가뭄의 단비처럼 등장한 본격 법정드라마 의뢰인은 그런 의미에서 점수를 줄 수 있으나
내용면에서는 다소 헛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뭔가 기획수사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사건 전개에서부터
용의자는 무죄가 선고될 것임을 암시하는 단순한 스토리 전개와
스토리라인의 이해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과관계를 그냥 두리뭉실 넘어가버립니다.

강성희(하정우)가 어째서 안민호(박휘순)식의 무차별 수사방법에 대해
그토록 회의를 가지고 철저히 원칙과 절차에 의한 방법을 고집하는지...
안민호는 어째서 그토록 물불가리지 않는 수사방식을 고집하는지...
(뭐 이건 원래 자존심 강하신 검찰님의 특성이기에 쉽게 이해가 가긴 갑니다만..)

강성희가 검사직을 그만두게끔 만든 일명 "그 때 그 사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변호사-검사 간의 갈등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그냥 공판과정에서
나타날 법한 검사와 변호사 서로 간의  감정싸움 그 이상도 아니거니와 그냥 검사=권력욕 높은 나쁜 놈,
 변호사=걍 정의로운 놈의 이분법을 만들어 버리는 동시에 또 한명의 배심원으로서 영화를 즐겨야할
관객들에게 한철민은 불행한 희생자일 뿐이다라는 "선입견"을 심어줘 버립니다.
(나름 반전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스토리라인을 그처럼 짯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용의자 한철민(장혁)의 경우도 굳이 강성희를 변호사로 지목한 원인이 불명확합니다.
애초에 모든 것이 계획하에 이루어졌던 것인지..그냥 얼핏 검사전문 킬러 변호사라는 명칭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인지..

결정적 목격자라는 인물의 추가 등장이 원천 차단된 원인..등등
당초 뿌려놓은 여러 떡밥들을 다 회수하지 못한 채 영화는 끝맺음을 맺습니다.

더우기 영화의 결말에 이르면서 당초에 이끌어오던 나쁜 검사,착한 변호사에서 완전히 뒤바뀌는
엔딩을 보다보면 대체 이영화가 주장하려는 바는 무엇이었나가 의심되기에 이릅니다.

영화는 열심히 정의로운 변호사 강성희를 통해 철저한"증거우선주의"를 외칩니다.

요즘 MB 정권휘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검찰의 막무가내식 무리한 기소로 발생하고 있는 억울한 피해자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양,무소불위의 검찰공권력의 기획수사,언론재판을 비판하는 듯 합니다만..

결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런 검.경찰의 유착을 통한 철저한 보복이자 기획수사를  '정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행위
로 한 점 부끄럼없는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거악척결"을 위해 자신들만이 그림을 그리고 완성시킬 수 있는 기소독점 유지를 주장하는 바로 그 검찰의 논리를
영화는 철저하게 증명해 보이며 지금까지의 검찰의 형태에 면죄부를 씌워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극적 반전을 위해 짜여진 스토리라인이라고 하나 이런 이중적 서술은 상당히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영화의 무죄 논리가 검찰의 완벽에 가까운 증거 및 정황을 멋지게 역전시킬 증거와 논리로  무죄를 이끌어 낸 것이 아니라
변호사 마저도 결국 물증부족에 의한 감정적 호소만으로 무죄를 이끌어 내었기에
법정극화로서의 긴장감도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아니 요즘 검찰이 어떤 검찰인데..수십명이 모인 자리에서 단 10초만에 수십억의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의자가 돈을 받았다고 증거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검찰을 뭘로 보고 말이지요..
이런 불경스런 영화를 만들수가 있단 말인지..씁쓸합니다..

2007년작 세븐데이즈의 경우엔 정말 끝까지 저 사람이 범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관객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흡입력
을 보여준 수작이었기에 이번 의뢰인은 그에 빗대어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라 봅니다.

덧) 게다가 시체처리방식은 그렇다치더라도 용의자까지 그런 방식으로 건물을 내려갔을 리는 없는데
     애시당초 CCTV만 분석 잘 해도 용의자의 출입기록이 드러나 알리바이는 충분히 깰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