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그외영화
해운대 , 2009
루다아빠
2009. 8. 5. 10:18
윤제균 감독의 전작인 1번가의 기적은 코미디영화이지만 재개발에 따른 철거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아주 직설적으로 보여주고도 있는 사회고발영화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모든 갈등과 불행이 오로지 개인의 노력에 의해 행복하게 바뀌어버리도록 한큐에 정리해버리는 엔딩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해운대 역시 한국형 재난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코미디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종일관 관객을 웃겨준다. 하지만 이 안에서도 공무원들의 안일주의와 책임회피..이권을 둘러싼 자본가와의 갈등을 양념형식으로 고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해운대 역시 꽤나 불편한 엔딩으로 급마무리 되버린다는 점에 있다.
끊임없이 경고를 하며 대비할 것을 주문하는 해양학자 김휘(박중훈 분)의 말을 무시하다가 결국 거대한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게되는 스토리는 기존 헐리웃 재난영화와도 다를 바 없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불안한 현실을 또한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그러나 하지 않았던 거대한 쓰나미가 덮쳐온 후 결국 살아남는 자들은 아버지 재산에 빌붙거나 동네에 한 두명 있음직한 양아치, 고위관리자 및 고위 공무원(경고를 무시한 수장)들인 반면..
희생되는 자들은 구조요원들을 포함하여 타인에게 관대하고 배려심이 높으며 소위 착하게 살아온 인간들은 하나같이 다 목숨을 잃고만다.
(이유진-엄정화 분의 경우 작은 팁을 요구하는 수리공을 문전박대했을 때는 그 수리공에 의해 목숨을 건졌지만 정작 모든 과거 잘못을 후회하고 딸을 살려내고 난 후는 죽는다.
각종 경제이권에 개입하며 지역주민에게 원성이 자자했던 자본가 억조-송재호 분 역시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대형 건설사업 허가 취소신청을 내기 위해 해운대로 왔다가 결국 변을 당한다.
구조대원 최형식-이민기 분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존재를 위해 희생한다!)
1번가의 기적처럼 결국 수많은 고통 속에서 희생 치르는 존재들은 누구이며 그 댓가로 끝까지 목숨을 부지해가는 존재들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영화가 되 버린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