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다아빠 2009. 6. 2. 16:57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는 언뜻 전전작인 살인의 추억과 많이 닮아있다.

어느날 조용한 시골마을에 발생한 살인사건..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번갯불에 콩볶아먹는 듯 빠르고 그러나 매우 부실하게 진행되는 수사과정..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현재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 숨겨진 어두운 자화상을 가감없이 표현한 전작 "괴물"과도 매우 많이 닮아 한국 내 뿌리깊게 자리잡아 커오고 있는 "괴물"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 그려진 경찰의 모습은 과거 군사정권시절의 어두운 시대상 속에서 구시대 시스템과 신시스템 사이를 절묘하게 왔다갔다하면서 진실을 파헤치는(그러나 결국 실패하고 마는) 모습이었지만..

마더는 엄연한 21세기 현실 속에서도 구시대적인 시스템의 틀에 박혀 오히려 80년대 경찰보다도 더 무능하고 직업의식 조차도 희박해져 있는 상태로 보인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 수사관이 초등학생과 미드 CSI를 들먹이면서 비웃지만 일개 동네 양아치도 추론해내는 정도의 사건의 당위성이나 접근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골프공이나 핏자국하나에 메달리는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현재 사회 전반에 걸친, 엘리트주의를 외치고 애써 성숙된 시민사회의식을 부정하고 비웃으며 민중을 "통치"하려드는 주요 정치,사회 기득권 세력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봉준호라는 이름 석자에서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듯이 영화 "마더"는 기존 영화에서 그려지던 모성애 가득한 감동스토리는 아니다.
 모성애가 주요 근원이긴 하지만 영화의 주요 텍스트는 일방적인 모성애가 갈 수 있는 마지막은 어디인가를 묻는 동시에 나아가 일방적인 "믿음"의 끝은 어떤 식의 파국을 맞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생각해보라.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도 가리지 않는다는 그 고귀한 텍스트가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 지를..
 인간이 가지는 본성 중 가장 따뜻하게 느껴지는 최후의 보루인 모성애마저도 흔히 말하는 정의로움에서 벗어나는데는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삐뚤어지고 맹목적인 믿음은 삐뚤어진 결과를 낳고 결국 상처받는 것은 자신의 몫이 된다.
  이 영화를 통해서 한 번쯤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상황 속에서는 얼마나 나약해질 수 밖에 없는 존재(혹인 잔인해 지는 존재)인가를 한 번 쯤 생각해 봄직하다고 본다.
 그것이 오히려 "믿음"이라는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