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다아빠 2005. 4. 19. 23:46

호러영화..라고 한다면 나의 일차적 선택기준은 얼마나 보여주는냐..즉 "비주얼"의 가치를 먼저 따지고 든다..그래서 단순 비주얼적가치로만 본다면 확실히 메이저급영화보다는 비메이저..흔히들 말하는 B급 영화들에 먼저 손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해서 B급영화들이 스토리개연성이나 연출등은 뒷전이고 오직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만 뿌려대는 것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엄연히 B급도 중심 철학이 있고 뼈대가 있기 마련이며 어떤 면에서는 메이저급을 능가하는 가치가 존재하기에 사람들이 또 B급 호러영화에 열광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희대의 문제작 "네크로맨틱"이다..

시체애호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써 본 제작국인 독일에서부터 왠만한 성적,폭력적 영상물에 대해 관대하다는 미국에서 조차 상영금지조치를 받은 문제작이라고는 하는데..
아무튼간에 인터넷의 발달과 고마운 p2p(^.^)덕분에 이젠 손쉽게 구해서 감상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정말 어릴적엔 비디오방 구석구석 먼지 털어가며 영화 찾고 그랬는데..)


나름대로 뭔가 고수준의 "고어씬"을 생각하며 선택한 것이었지만..사실 그다지 영상적으로 큰 자극성이 높은 영화는 아니었다..대신 뭐랄까 좀 서글픈 느낌이 든다고 할까..
(아아..그렇다고해서 "잔인하지 않다"는 아님..화질의 열악성도 한몫한 것도 있겠지만 여느 고어물보다는 좀 떨어지는 수준..)

도저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주인공..
이미 죽은 생명의 느낌이라곤 털끝만치도 느낄 수 없는 말없는 "시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정을 교감하려는 행위..

이것은 분명히 사회의 고도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숙명이자 병폐이다..
대화의 단절, 인간대 인간간의 대화보다는 회사에 몸바쳐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사람과 사람이 실리적 관계로 이어지게 만드는 사회..
그래서 더더욱 진실된 교감을 어렵게..아니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

그래서 그들은 시체를 필요로 했는지 모르겠다..
오직 자신만 바라보고 아무말 없이 아무런 거부없이 자신만을 위해 존재해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영화는 호러라기 보단 러브스토리라고도 볼 수 있다..사회로부터 버림받고 교감하지 못한 자와 사회에서..이승에서 떠난 자들간의 스토리..
시체를 사랑했다는 점에서..시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본다면 그저 반사회적 사랑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사실 시체와의 정사씬에서는 상당히 애절하고 잔잔한 음악과 연출기법이 나온다..꽤나 진지하게..)

마지막에 그의 가슴 깊숙히 파고드는 것이 날카로운 식칼이 아니라 타인의 따뜻한 말한마디였었다면 어땟을까하고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