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그외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 들(2006)
루다아빠
2007. 3. 29. 01:24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저 세상의 모든 권력과 부를 다 가지고 있는 멋진 남녀가 오직 두 사람만의 행복한 사랑을 영위하지 못하게 하는 가혹한 환경을 탓한다.
그런 그들의 사랑은 비록 비극으로 끝이 날 지언정 뭔지 모르게 멋스럽고 애닳아보인다.
여기 그들만큼 특별히 출생의 비밀이 있지도 않고 권력 및 계급,자본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집안의 2세들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또 바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동네약국약사와 보세옷가게를 꾸려나가는 두 남녀가 있다.
어차피 크게 내세울 것도 없는 계급신분이며 혼기가 꽉차 넘칠대로 넘쳐 마음만 맞는다면야 언제든지 결혼으로 까지 죽 이어질 수 있어보이지만 이런 평범한 선남선녀들에게도 현실은 그저 사랑만 할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누구에게든지 가족은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인 동시에 또 한편으론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크고 작은 빚에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영화는 평범한 두 사람이 대부분의 많은 이들이 겪고 있을 법한 비슷한 삶의 무게들 탓에 힘들어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다가가려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에 전형적인 사랑관계의 두사람에게만 적극적 초점을 맞추어 극적인 요소나 애절한 로맨틱상황을 연출하는 멜로물의 공식에서 벗어나 앵글을 넓혀 두사람을 감싸고 있는 환경인 가족과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숙제에 초점을 맞추어 지극히 현실적인,그렇기에 더욱 그 현실적인 디테일이 살아넘치는 잔잔한 드라마를 연출해 보인다.
(특히나 인구의 전 애인과의 여관신이나 혜란과의 이별의 대화가 오가는 야간의 약국신은 그 디테일을 가장 잘 살려낸 장면이라 생각된다.)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애절하면서 비장한 비극도 아니고 상큼 발랄 멜로환타지도 아닌 주변 사람들로 부터 흔히 듣고 또 직접 경험하는 그런 상황들로 가득찬 심심한 영화이지만 반대로 오히려 그런 리얼리티적인 공감대가 바로 이 영화의 힘이 아닌가 싶다.
자본과 무한경쟁이 시대의 중심이 된 시점에서 대한민국 1%내에 들지 않는 이상은 우리네들 중 누구라도 가족이나 사회환경, 혹은 재물적인 넝쿨더미에서 자신의 발목을 쉽게 빼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 이다. 그렇다고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들 역시 비록 맺어지진 못했지만 사랑을 포기한 것 처럼 보이진 않기에..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에이 씨X!! 좋다!!" 가 나오는 순간이 되어 있지 않겠는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