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
"이 안에 너 있다"라고 닭살 돋는 명대사를 내뱉는 TV환상드라마가 아닌 다음에야, 연애의 목적이 애시당초 부터 알콩달콩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아들 딸 놓고 같이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애를 하는 목적이야 개개인마다 모두 다 틀릴 수도 있는 것인데 문제는 연애를 하는 과정에 있어서,아니 시작하기도 전 부터 남자와 여자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문제인데 벌써부터 목적까지 따지고 들 수는 없잖는가..
화성남자와 금성여자간의 갭은 날 잡고 밤새면 하루 이틀만에 다 깨우칠 수 있을만큼 간단하게 보이면서도 문명이 시작된 이래 언젠가 지구가 멸망할 그날 까지도 모를정도로 복잡,오묘해보인다.
유림이 홍에게 치근덕 대는 모습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고 추해보여 혀를 끌끌 차면서도 소위 남자들만의 세계랍시고 모인 술자리가 깊어갈 때 즈음엔 꼭 등장하는 빨간 이야기에 낄낄대는 모습들을 떠올리면 그리 신기하지도 않은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에구 그런데 남자가 봐도 어이없을 성추행..아니 성폭력에 가까운 작업에 알 듯 모를 듯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작업에 넘어오는 홍은..여자들의 저 알 수 없는 심리는 무엇인가? 여자들은 역시 저돌적인 남자에 약한 것인가?
"홍"은 꼭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대시를 해오는 남자라서 무작정 용기 있다 멋지다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홍"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어떤 "이유"가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홍"은 "유림"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생각들을 한다.
술 취한 늦은 밤 택시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모성애를 느낀 것일 수도 있고 새끼손톱을 기르느냐 아니냐 자신을 처다보는 시선이 어떠느냐에 따라서 판단 기준이 극명하게 갈릴 수 도 있는 것이다.
"유림"이야 그까이꺼뭐~라고 넘어갈 지 모르겠지만.."홍"에겐 한 남자가 자신의 마음의 방에 들어오게 하는 데 필요한 납득할 만한 "논리적인 이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림"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에서 "예스"냐 "노"가 결정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불면증인데도 잠 잘만 자네~하며 이해 못하는 유림에게 홍은 같이 있으면 잠이 잘온다는 이유(말고도 많겠지만)를 내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감정이라는 것이 논리적으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므로 분명 남자들은 연애를 성공시킴에 있어서 여자가 허용하는 어떤 리미트선상을 과감히 깨부수는 리스크를 어느정도는 안고 있어야 함에는 분명하다. 그것이 성폭력이냐 진심이냐가 엇갈리는 것에는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지..굉장히 논리적이고 많은 생각을 한다고는 해도 "유림"과 "홍"의 대화에서처럼 나름대로 일관된 논리로 정교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홍"에 비해 "유림"은 허울좋~은 논리만 내세우며 어물쩡 넘어가려하거나 슬쩍 둘러댈 뿐인데도 결국 서서히 넘어오는 것은 또 결국 분위기에 약한 면을 보이는 것이 여자이기 때문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영화 속 유림과 홍이나 일반적인 남자와 여자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고 본다. 나도 최근에 와서야 여자가 내가 상상도 못 할 많은 생각을 하며 동시에 얼마만큼이나 날카로운 눈을 지니고 있는 지, 그리고 남자들이 그 대단한 정복욕과 자신감에 비해서 얼마나 무딘 감각을 지녔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까..
결국 영화 라스트에서 홍의 배신(?)에 버럭 역정을 냈던 내 자신이 잠시 후 우습게 느껴진 것도 그저 상황의 설명과 대화를 통한 상대방의 이해 보다도 사태수습에 일단 우선순위를 둔 유림..즉 설명하기를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 보통의 남자의 입장에서만 공감대를 가졌다는 것을 느꼇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별 수 없는 남자일 수 밖에..
어찌됬든 그들은 서로 동일한 아픔을 공유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지하게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 연애의 목적이라는 것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두 남녀가 만나서 뒤죽박죽 웃고 떠들고 다투고 상처주는 과정 속에서 육체적 행위가 먼저이든 정신적 교감이 먼저이든 이 관계가 언젠가 "진짜 사랑" 이라는 감정으로 발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