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다아빠
2005. 5. 9. 16:43
사실 처음 영화를 접하기 전에는 잘 짜여진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기대하고 보아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아리송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이 영화는 범인과 수사관(조선시대의)..감독과 관객간의 심리스릴러라기 보다는 한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이자 집단이기주의에 관한 고찰 및 냉소가 담긴 "시대사극"작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만일 이런 스토리위에 고도의 전략적 요소가 잘 섞였다면 살인의 추억 이후 국내 스릴러물 계열에서 좋은 위치에 있을 수 도 있었겠지만..아무튼..스릴러는 아니다..
나름대로 잔혹한 "고어"씬 덕분에 눈쌀 찌뿌린 관객들 많으리라 예상은 되지만...이미 그 이상의 장르를 자주 접해본 나로서는 그다지 크게 부담되진 않았다.
영상미는..영상자체에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넣어서 핏빛 넘치는 고립된 섬의 이미지를 더욱 강렬하게 잘 표현한 듯 하다..
심리적 스릴러물이 아니고 워낙 친절한 스토리전개 덕분에 그다지 범인을 추측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단지 약간의 미스캐스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지성의 경우엔..보편적으로 인식되어있던
"머슴"의 이미지에서는 분명 벗어나 있긴 있는 편이기도 하다..그리고 그 섬지방 사람들의 전체적인 생김새에 비해선
확실히 너무 튀는 "도시적"이미지임엔 분명하다..기왕이면 조금은 더 강렬한 인상의 배우를 캐스팅했으면 어땟을까..
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닭잡는 장면인데..많은 이들이 거부감을 느꼇을 듯 싶다..
닭모가지를 쳐내고 집주변에,섬 곳곳에 마구 뿌리는 그 장면.
이 씬의 단순 고어씬정도로만 생각할지모르나 극중전개상 필수적인 것이다.
그씬이 말하고자하는 첫번째는 사람들의 구원을 받고자하는 행동이다.
어떤 생명체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구원과 용서를 얻고자 함이다.
그래서 강객주를 희생시킨 죄를 용서받고자 결국엔 지성을 희생시킨다.
그럼에도 혈우가 내리는 것은 그들은 또하나의 죄를 저지른것일뿐 구원받지못하는 것임에도 그들은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결국 대감마저 희생시키고야 만다..
자신들의 과오보다는 무조건 적인 구원만을 외치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잔인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닭잡는
씬이고 그들의 집단적 이기심의 광기의 최종판이 혈우가 내리는 지성의 처단씬이겠다.
본 영화에서는 두개의 축이 있는데..수사관인 차승원을 대표하는 현실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과..
섬주민들의 무속신앙에 근거한 샤머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원시 샤머니즘은 항상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항상 "희생"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라고 할까..
그래서 섬사람들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용서의 댓가로 언제나 "다른 것"의 피를 요구한다는 것..
이미 그 샤머니즘이 자신들의 관습적인 절대적 법으로써 자리잡혀 무엇이든지 원혼의 탓으로만 돌리려 드는
그곳에서는..그 어떤 합리성도..심지어는 무력을 상징하는 "칼"로써도 겉잡을 수가 없게 되버린다..
결국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아니 가장 당연하게 나타나지는 자연현상들 마저도 그들의 샤머니즘..
즉 "과학적 무지"속에서 이루어진 잘못된 지식들이 결국 자신들을 파멸로 몰아간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결국 그렇게 광기에 사로잡혀 다른 이의 "희생"으로만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섬나라 주민"들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어가는 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겠지..
그러니까..
고이즈미..가드 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