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그외영화
베니스의 상인
루다아빠
2005. 10. 19. 16:32
(일단 원작이 있는 터라 결말은 아시는 분이 이미 있을 것 같습니다만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완역본으로 제대로 읽어본 기억은 한 번도 없지만 그의 작품을 모르지는 않는다..가장 많이 들어봤고 그래서 한 때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줄로 착각할 정도였던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같이 이 영화의 기본 스토리 모체는 러브스토리이다.
러브스토리인 만큼 사건의 흐름의 중심에는 단연 베사니오(조셉파인즈)와 그의 천생연분인 포시아(린콜린스)가 있어야 했고 비극이 아닌 이상 둘의 운명은 핑크빛으로 마감되는 것이 당연하다.
아마 그런 차원에서 영화의 광고카피 또한 세상을 매혹시킬 러브스토리로 이 가을의 연인 관객에게 호응하고 있으리라.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영화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해도 샤일록(알파치노)였고 이 영화의 엔딩은 이영화가 비극이라고 말해주었다.
샤일록의 자비심 없는 잔인성은 안토니오와 그를 살리려는 친구의 우정과 사랑에 대비되어 그들의 슬픔을 부각시켜 관객에게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억압받고 박해받던 소수계층들의 항변이자 그들의 분노,명예회복을 위한 꿈틀거림이었다.
그들이 믿고 이루어지길 소망했던 정의가 그들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오고 자신들의 희망이 한없이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 그들에게 굴복하였을 때 그 빨간 낙인의 유태인들의 눈에는 희망이 없었다.
분노와 울분에 가득차 "우리들도 너희 기독교인들과 다를 바 없다" 외치던 그가 평생의 재산과 사랑하는 가족,그리고 마지막 남은 명예 모든 것을 잃게되어도 그들의 알량한 자비심에 무릎꿇고 "동의"를 하질 않길 바랬지만 결과는 비극이었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잠자리에 드는 아니 예전부터 원래 가지고 있었던 그들이 배푼 건 진정한 자비심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