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만들어지고 있는 국산 호러물들은..그다지 할 말이 없습니다..
2004년에는 그래도 알포인트 하나를 건졌는데..(그것도 막판뒤집기라고 보면 되겠죠..여름의 가장 마지막이었으니까요..)
일단 2005년 여름호러물의 첫 스타트를 끊은 분홍신..
여전히 깜짝사운드와 뒤돌아보면 나올 법한, 그 무언가로 깜짝깜짝 놀래키는 것만이 공포라고 생각하는..이런 안일함은..
그만큼 관객의 수준을 무시한다고 밖에 볼 수 없겠습니다..(물론 말초신경상 쾅~하고 사운드가 때려지면 극장 곳곳에선 순간적인 탄성쯤은 나오겠죠..)
그것도 초반 한 두번이지..단 한번도 예측이 벗어나지 않는 고전연출에는..오히려 관객들 탄산음료 빨아올려지는 빨대소리가 더 괴기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김혜수씨의 연기력은 좋습니다만..또 한편으론 그다지 좋아보이지도 않는군요..뭐랄까..좀 티가 난다고 할까요..아무튼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있습니다..
영화는 중간중간 시각적 강조를 위해서 강제로 블러처리를 많이 해 놓았는데..그게 오히려 더 거슬립니다..너무 심하게..마치 포토샾 초보가 무턱대고 아웃포커싱처리한답시고 마구 블러를 남발한 느낌이랄까요..
귀에 거슬리는 사운드의 반복도 공포심리 자극을 위해서 쓰여진 것이겠지만..영화 음향이라기보단, 바로 옆에서 감자칩봉지 부스럭거리는 것 만큼이나 굉장히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소음에 가깝습니다..다른 배경음이나 대사에 비해서 순간 출력사운드나 연출사운드의 출력이 심하게 높다는 뜻이죠..
극 초반에 두 학생이 분홍신을 두고서 싸우는 장면은 마치 스미골과 그 친구가 그들의 "프레셔~스"를 두고서 싸우는 장면을 연상케해서 솔직히 웃겼습니다..대사도 좀 비슷한 거 같고..
"너 그거 필요없을테니 나 줘.."
"내가 발견한거야 내꺼야~"
라든지..말이죠..마이~프레셔~~스~
그다지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과거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하면 미친듯이 깔깔 거리며 정신 못차리시는 할머니 캐릭터도 솔직히 그렇게 설득력 없습니다..김혜수씨의 사이코즘연기도 자주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후반부엔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더불어 슬슬 짜증이 몰려오기도 하는군요..
꼭 어둡다고해서 뭔가 무서운 것도 아닌데..영화는 너무 밝은 면이 없습니다..아무리 그래도 좀 집에서 식사하는데 그렇게 불 꺼놓고 있는 집이 몇이나 된다고..전기세 무지 아끼려는 측면은..마치 저희집을 보는 것 같아서..슬픕니다..T_T
반전..의 내용은 괜찮았습니다만..그런 설정은 이젠 좀 진부하군요..
역시 그래도 진짜귀신이..(옛날 분홍신 주인귀신이든 다른 귀신이든간에) 등장해 주는 것도 좋았을텐데요..
뭐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만큼..그냥 동화와 비슷한 결말로 끝을 맺는게 어땟을까 하고 생각도 해봅니다..죽을 때 까지 분홍신 신고 춤만 추는 걸루다가..
아..동화에선 결국 발목을 자르는 걸로 나오기도 하니까..
"잘린 발목에 신겨진 분홍신이 혼자서 달그락 거리는 라스트씬"도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후후후..